Interview

당신의 옷장은 안녕하십니까? -The Great Reset(위대한 재설정)

이은희 트렌드인코리아 대표
박우혁 기자  패션 2020.05.0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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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지금, 우려했던 현실들이 굉장한 속도와 공포감으로 우리 앞을 가로 지르고 있다. 기후 안정화 실패, 제어력 잃은 쓰레기 처리 능력, 물과 자원의 불균형, 글로벌 경제 시스템의 부작용, 끝없는 바이러스 확산 위기까지, 어디 한 구석 숨어서 숨 쉴 데가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규모의 세계적인 경제 불황을 예측하고 있으며, 트렌드워칭(Trend Watching)의 David Mattin (데이빗 마틴)은 지금이야 말로 모든 것을 리셋 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The Great Reset(위대한 재설정)’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전 세계의 패션 산업은 패스트 사이클의 과잉 경쟁 속에서 수요에 의한, 수요를 위한 공급이라기보다는 과소비를 위한 과잉 생산 경쟁으로 과거와 같은 방식을 고수하면서 환경에 대한 아무런 책임의식 없이 생산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여전히 패션 산업은 환경오염 주범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제어하기 위한 다양하고 강력한 규제들이 줄줄이 발표, 시행되고 있다.

앞으로 2050년까지 모든 산업 활동에 있어서 탄소 배출 등 환경오염 지수를 단 1%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미래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러한 요건을 갖춰야만 가능 할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아직도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의 영향력을 단순히 몇 년 못 갈 트렌드로 인지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위대한 리셋의 준비에 뛰어들 때라고 강조하고 싶다.

지구는 더 이상 견딜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지구의 인구가 80억 명 정도인데 비해 해마다 1,000억 개 이상의 의류가 생산되고 있으며, 남아도는 많은 옷들은 쓰레기로 버려지고 태워지면서 환경오염의 악순환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생산자(의류 사업자)들은 그들이 만들어 낸 수많은 의류 쓰레기가 어디에 어떻게 얼 만큼 버려지고 그것 때문에 이 지구가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다만 다음 시즌에는 얼마나 많은 양을 더 생산하고, 판매하여 수익을 더 남길 수 있는지에만 모든 관심을 쏟고 있으며, 그러기 위해 얼마나 빠르고 신속하게 소비자를 공략해야 하는가에 대한 전략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소비자도 그러할까? 엘렌 맥아더 재단(Ellen MacArthur Foundation)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의류 한 벌의 평균 착용 횟수는 2000년에서 2015년 사이에 36%나 감소했으며, 반면  같은 기간 의류 생산은 두 배가 늘어났다. 이것은 옷의 품질은 계속 낮아지고 그 수명은 짧아지면서 환경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맥킨지에서는 대량 소비는 소비자의 의식구조의 변화 속에 곧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2016년부터 계속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 하듯이 2017년부터 미국 소비의 상징이었던 메이시, 바니스뉴욕, 로드앤테일러 등의 백화점들이 줄줄이 파산 보호신청을 하였고, 로드앤테일러 백화점은 미국 패션 렌트(구독) 업체인 르토트(LE TOTE)에게 인수되었다. 설립된 지 7년밖에 되지 않은 패션 렌트 서비스 업체인 르토트는 패션계의 넷플릭스라 불리면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193년 역사의 로드앤테일러 백화점을 먹어 치웠다. 이로써 르토트는 입점된 150여개의 브랜드를 500여개로 확장하면서 고객의 판매 데이터를 수집,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기업가치를 2019년 1억8000만 달러로 올려놓게 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불경기와 운영 실패에 의한 하나의 사례가 아니라 과거 방식의 소비와 유통 형태, 패션 전개 방식을 모두 뼈 속부터 리셋하고 데이터에 의한 새로운 방식으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는 신호라고 보는 게 맞다.

이렇듯 세계의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익숙한 방식의 생산 활동이 앞으로는 전혀 가동되지 못할 것이며, 젊은 Mill-Z 세대는 패션과 자동차 소유에 더 이상 열광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저렴하고 빠른 사이클에 중독되어 패션과 소비를 즐겨왔던 소비자들은 그 행위로 인한 환경오염을 반성하고 절제된 고급스러움의 가치를 찾아 나설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가장 최소한의 옷으로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학습하게 될 것이고, 자신의 옷장을 최대한 활용하여 함께 즐길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낼 것이다.

신세대의 젊은 소비자들은 몇몇 가지의 옷으로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표현하기엔 너무 재미없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며, 저가의 패스트 패션의 많은 옷을 사들이면서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는 것은 더더욱 바라지 않을뿐더러 그런 정도의 경제적 여유도 없다. 재미있는 플리마켓에서 쇼핑을 즐기고, 몇 시즌 집안에 처박힌 옷들을 찾아내어 핫한 아이템으로 리폼하고, SNS에 자랑하면서 공유 할 줄 알고,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것들은 바로 리셀러가 되어 판매자의 모드로 흥정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생산자와 판매자, 소비자의 경계가 사라지고,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형태의 거래와 소통방식이 점점 더 발전하면서 각자 취향의 팬덤으로 접근하는 스몰마켓의 다양성이 더욱 극대화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직접 세탁,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렌탈 케어 시스템은 어떠한가. 많은 옷의 홍수 속에 점점 늘어가는 옷장의 비싼 부동산의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되고, 필요할 때 그때그때 빌려 입음으로써 소유에 대한 책임과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생각하는 노마딕(유목민적인)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소유의 개념이 공유와 경유로 옮겨가면서 소비자의 취향도 소비 행동도 변하고, 재활용(Recycle)과 재사용(Reuse)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오래된 것들(Retro/Heritage/Vintage)에 대한 가치가 재조명 되는 새로운 의식구조가 트렌드로 떠오를 것이다. 무분별한 과잉생산 대신 과거의 유산에 집중하고, 아카이브를 통한 과거와 현재의 소통이 중요한 의식구조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산업의 위대한 리셋은 과거 의식 구조의 청산에서 시작된다.
박우혁 기자(hyouk@kfashi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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