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혁신적 패션기업들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의 섬유패션 산업이 가야할 길⑤
박우혁 기자  패션 2020.05.2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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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규 건국대 화학공학부 교수/상허교양대학 학장

산업혁명은 패션산업에서도 매번 세상의 주인을 바꾸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역시 패션기업들의 혁신이 일어나고 있으며, 새로운 주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미래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패션기업들의 움직임은 이미 패권을 가진 글로벌 패션기업들이 자신들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자 추진하는 시도들과 처음 세상에 등장한 스타트업들의 혁신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3D 프린팅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서 수요자 중심형 패션 산업을 지향하며,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 찾아가는 추천 서비스 등을 선보이고 있다.

공룡기업들의 혁신적인 시도

우선 패션 공룡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과 인력 그리고 정보력을 동원하여 혁신적인 시도들을 한다. 그 선봉에 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의 아디다스(Adidas)가 있다. 흔히 인더스트리 4.0이라고 부리는 독일의 산업정책에 부합하여 아디다스는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를 구축하고 맞춤형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6대의 로봇과 3D 프린터를 도입해 10명의 종업원이 수백만 가지의 조합으로 연간 500,000켤레의 제작이 가능하다. 아디다스는 대량생산 분야에서 자국생산은 과감히 포기하고, 4차 산업혁명이 지향하는 맞춤형 신발의 스피드 팩토리로 23년 만에 ‘Made in Germany’ 공장을 자국으로 회귀시켰다.

나이키(Nike)가 2000년에 런칭한 ‘나이키아이디(NikeID)’는 소비자가 1개의 기본스타일에서 84가지 조합의 상품 주문이 가능한 맞춤형 운동화이다. 또한 2016년에 시판을 개시한 ‘하이퍼어댑트 1.0(HyperAdapt 1.0)’은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 영화 속에 등장했던 스마트 운동화이다. 이밖에도 애플(Apple)과의 협력을 통해 개발한 ‘나이키 플러스(Nike Plus)’ 운동화는 내장된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운동량을 아이폰으로 전송하며, 운동 트레이너의 역할까지 한다.

패스트 패션계도 혁신적인 시도들을 하고 있다. 자라(Zara)는 각 매장들의 네트워크상에서 받은 실시간 고객동향, 판매동향, 재고상황 등의 데이터로부터 고객의 수요를 파악하고, 단기 생산 및 빠른 시장 공급을 가능하게 한다. 이를 위해 자라는 과거 4년 동안 10억 유로를 IT 기술에 투입하여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의 활용, RFID의 도입 등을 끊임없이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일본 유니클로(Uniqlo)의 야나이 회장은 “미래는 제조 소매업에서 정보제조 소매업으로의 전환”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즉, ‘만든 것을 파는’ 기업에서 고객이 요구하고 있는 것을 실시간으로 파악·상품화하는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플랫폼에 고객의 요구를 집약하고 어떤 상품이 어디에서 얼마나 요구되고 있는지를 찾아낸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상품의 기획, 생산, 판매를 실시하는 것이 정보제조 소매업으로서 유니클로가 목표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아디다스

구글, 아마존 등 IT 공룡도 가세

이런 노력들은 비단 패션업계만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구글(Google) 같은 IT 기업도 패션에 눈을 돌리고 있으며, 아마존(Amazon) 같은 거대 유통업체는 패션을 주력 사업 분야로 추진하고 있다.

우선 구글은 2016년에 글로벌 패션업체인 H&M과 혁신적인 협업을 시작했다. 사용자 위치정보를 이용하여 라이프 스타일 데이터를 수집하고 개인맞춤형 의류를 제작해 주는 서비스인 ‘코디드 꾸뛰르(coded couture)’를 개시했다. 또한 리바이스(Levi’s)와 제휴한 ‘프로젝트 자카드(Project Jacquard)’를 통하여, 전도성 섬유와 센서 회로로 구성하여 스마트폰으로 조작할 수 있는 자켓을 개발하고 2017년에 스마트 커뮤터 자켓(Smart Commutor Jacket)으로 상용화하였다. 2016년에는 인공지능을 사용한 디자이너 ‘프로젝트 뮤즈(Project Muse)’를 발표하기도 했다. 독일의 잘란도(zalando)와 협력한 이 프로젝트는 구글의 머신러닝 기술에 600개 이상의 의류 디자인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결합하여 디자인을 완성한다.

아마존의 패션에 대한 도전은 온라인 패션유통 업체를 인수합병 하는데서 출발했다. 아마존 프라임 고객을 위한 ‘프라임 워드로브(Prime Wardrobe)’ 서비스를 이용하면 의류, 신발, 액세서리 등을 구매 전에 집에서 미리 사용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료로 반품할 수 있다. 또한 2017년 4월에 발표한 ‘에코룩(Echo Look)’ 서비스는 인공지능 알렉사(Alexa)가 탑재된 에코(Echo) 스피커에 소형 카메라를 장착해서, 사용자의 코디를 제안해 준다. 최근 아마존은 딥러닝(deep learning)을 활용해 SNS에 올라온 이미지로부터 최신 패션 스타일을 추출한 뒤, 옷을 디자인하는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또한 주문형 의류 생산 시스템을 2017년 4월에 특허(US9623578)를 등록했다. 아마존이 패션계의 블랙홀로 부상할 날이 바로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또한 최근 SNS는 전통적인 패션쇼의 위상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버버리(burberry), 톰포드(Tom Ford) 등은 2016년 가을 전 세계 패션위크부터 불참을 선언해서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 더 이상 공급자 중심의 패션 제품 출시계획을 봄/여름, 가을/겨울 시즌으로 나누어 미리 알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시간 빅데이터의 보고인 SNS가 본격적으로 패션산업에 뛰어들게 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소비자의 컨텍스트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활용되어 패션계를 좌지우지할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것이다.

스타트업들의 혁신적인 시도

글로벌 패션 공룡 기업들보다도 더 활발한 변화는 바로 패션 관련 스타트업들이다. 이들 기업들은 대부분 10년도 채 안된 기업들이지만 이미 패션계의 새 주인으로 등극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크게 제조기반 패션기업들과 패션유통 기업들로 나눌 수 있는데, 우선 패션 제조기반의 혁신 기업들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이들은 소비자가 디자인-주문에 참여하는 형태의 온라인 맞춤형 패션 스타트업들이다. 재즐(Zazzle), 스프레드셔츠(Spreadshirts), 쓰레드리스(Threadless), 보노보스(Bonobos) 등이다. 특히 뉴욕에 본사를 둔 보노보스는 2007년 만든 온라인 남성패션 스타트업으로 남성 고객이 원하는 ‘내 몸에 딱 맞는 바지’를 만들어 준다. 이후 셔츠, 자켓, 슈즈 등의 제품라인을 추가하며 창업 3년만인 2011년에는 1억 5,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등 폭풍성장을 거듭했다. 현재는 미 전역에 30여개의 오프라인 매장도 함께 운영하는데 온라인의 편의성과 오프라인의 존재감으로 고객의 쇼핑을 돕고 있다. 성공을 거듭하던 보노보스는 2017년 월마트에 3억 1,000만 달러에 인수되었다.

패스트 패션이 막 등장할 무렵, 패스트 패션이 불가능해 보이는 미친 비즈니스처럼 여겨졌듯이, 기성복 비즈니스 시장에서 맞춤형 패션 업체들이 구현하고 있는 비즈니스는 불과 수년 만에 각각 수억 달러 수준의 매출을 보이며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조만간 기존 공룡들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3D 프린팅과 스캐닝을 이용한 고객 맞춤형 패션 스타트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3D 프린팅을 사용하면 소비자 맞춤형 의류제작이 가능하다. 이스라엘의 대니트 펠레그(Denit Peleg)는 최근 세계 최초로 맞춤주문형 3D 프린팅 자켓을 자신의 온라인 웹사이트에서 판매하였다. 아직은 제작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수요가 늘면 투자가 일어나고, 가격은 내려갈 것이다.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하면, 집에서도 2∼3시간이면 자신의 체형에 맞는 티셔츠를 다운받아 3D 프린팅으로 만들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다.

패션산업에서 3D 프린터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야는 신발업계이다. 미국의 스타트업 피츠슈즈(Feetz Shoes), 프리볼브(Prevolve) 등은 앱으로 자신의 발을 찍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선택하면 3D 프린팅으로 운동화를 제조할 수 있다. 운동화의 가격은 200불 미만이다. 피츠슈즈는 2016년 창업이후 매출이 수직상승하며 현재는 3조원 규모에 이른다.

3D 스캐닝 기술을 활용하여 개인맞춤형 여성용 브래지어를 출시한 여성 스타트업 ‘에블린 앤 바비(Evelyn & Bobbie)’는 2017년 5월 킥스타터(Kickstarter)의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개인후원자 3,507명으로부터 407,853달러의 모금을 하였다. 이 브래지어는 188달러에 판매중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요자의 체형은 매우 중요한 고객의 컨텍스트 중의 하나이다. 이렇듯 많은 패션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개인맞춤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스티치픽스

패션유통 스타트업들의 약진

패션유통 스타트업들의 약진은 가장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기업은 2011년 설립한 미국의 ‘스티치 픽스(Stitch Fix)’이다. 스티치 픽스는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가입자들에게 스타일링 된 패션 아이템을 보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회원 가입시 수집한 고객 정보를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후, 담당 스타일리스트가 고객에게 적합한 5개의 스타일 아이템을 고르고 스타일링 방법을 안내한다. 2017년에 매출액 9억 7,710만 달러를 달성했으며, 회원 수는 220만 명에 이른다. 스티치 픽스는 2017년 11월 16일에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현재 추정 기업가치는 30억 달러에서 4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스티치 픽스가 이처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앞서가는 패션 유통기업이기 때문이다. 스티치 픽스는 기존 온라인 패션 유통업체가 가지고 있지 못한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인 ‘추천(recommendation 혹은 curation)’을 선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유통은 고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것이 현재 스티치 픽스가 하고 있는 ‘추천 서비스’인 것이다. 안경 유통업체인 와비파커(Warby Parker)는 2010년 뉴욕에서 창업한 안경업계의 스티치 픽스이다. 창업 5년만인 2015년에 연매출 1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2016년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최근 ‘대여’를 통해 공유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주목할 만한 패션 스타트업도 출현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렌트 더 런웨이(Rent The Runway)’는 럭셔리 브랜드의 패션 아이템을 대여해 주는 서비스 기업이다. 현재 회원은 약 600만명 정도로 2016년에는 총 1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창업 후 최대 수익을 거두었다. 현재의 기업가치는 6억 달러로 추정된다. 패션의 소비 형태를 ’구매‘에서 ’대여‘를 통한 ’사용‘으로 바꾼 이들 스타트업들은 패스트 패션 왕국을 위협할 수 있는 사업모델로 평가된다. 싼 가격에 최신패션을 손에 넣기 위해 패스트 패션을 구매했던 많은 소비자들이 이들을 통해 최신패션을 소유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패션유통에서 최근 각광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챗(Chat)’ 쇼핑이다. 패션 쇼핑에 있어서 온라인 채팅이나 메신저를 사용해서 기존의 온라인 쇼핑몰이 가지지 못한 고객의 컨텍스트를 즉석에서 파악하고 반영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의 전자 상거래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타오바오왕(Taobao Wang)이 운영하는 일대일 상담 메신저인 알리왕왕(Alli Wang-Wang), 인도 3위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스냅딜(Snap Deal)이 운영하는 모바일 기반 오픈마켓인 쇼퍼(Shopo), 우버의 공동창업자인 로빈 챙(Robin Chan)이 창업한 ‘오퍼레이터(Operator)’ 등이 챗 쇼핑 스타트업들이다. 채팅 쇼핑 봇의 ‘쇼핑 컨시어스’야말로 4차 산업혁명시대의 진정한 ‘쇼핑도우미 기계’로 차세대 패션유통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 런던에서 창업한 패션 스타트업 ‘리스트(Lyst)’, 구글의 광고기능을 쇼핑에 도입하는 전략으로 괄목할만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미국의 ‘위시(Wish)’, 2008년 영국에서 설립한 온라인 하이패션 쇼핑 플랫폼 ‘파페치(FarFetch)’ 등은 고객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들은 수천만 명의 사용자와 수 만개의 기업을 연결한다. 10년도 안된 기업들의 가치가 수억 불에 이른다. 늦게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이라도 이렇듯 4차 산업혁명을 구현 할 수만 있다면 기존의 패션유통업들을 제치고 유니콘 기업을 넘어서 글로벌 패션유통 기업으로 등극할 수 있다. 개인화 추천 서비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거부할 수 없는 대세인 것 같다.

시대를 풍미했던 공룡기업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들도 처음에는 스타트업들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이미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또 발동을 걸고 출발하고 있다. 패션산업에서 단 한 개의 자체 생산한 글로벌 기업이 없는 한국으로서는 이들의 도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도전이 남의 일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의 일이 되길 바래본다.
박우혁 기자(hyouk@kfashi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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