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4차 산업혁명은 선택이 아닌 필수. 그래서 도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의 섬유패션 산업이 가야할 길 <⑥ 끝>
박우혁 기자  패션 2020.06.2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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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규 건국대 화학공학부 교수/상허교양대학 학장

앞서 5차례의 기고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개념과 변화, 그리고 패션산업의 움직임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거센 기세로 우리의 발밑으로 밀려들고 있다. 발목까지 차올라온 물결은 금세 가슴을 넘고 가까운 미래에 우리를 완전히 삼켜버릴 것이다. 지금까까지의 산업혁명은 인류 문명이 피해갈 수 없는 비선택적 사항이었다. 정상적인 인류 문명에서라면 누구나 1차 산업혁명의 ‘동력’, 2차 산업혁명의 ‘전기’, 3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을 사용한다. 4차 산업혁명 또한 모든 영역에 적용될 것이다. 디지털 및 정보통신 기술을 넘어 데이터가 주도하는 시대로, 수요자가 중심이 되는 사회로 진화할 것이다. 개인이나 기업은 결코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에서 벗어날 수 없다.

3차례에 걸친 산업혁명이 있었지만 우리는 주인으로서가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것을 잘 수행하는 조력자로 참여하며 만족해야만 했었다. 그러나 세상이 우리가 더 이상 조력자로 사는 것을 허락하지 않기에, 이제 새롭게 시작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서 우리는 주인으로 부상해야 한다. 이는 우리의 생존의 문제이지 결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혁명 소용돌이 속 새 주인 나타나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운 주인으로 도약한 성공사례는 이미 과거 속에 있다. 20세기 후반으로 가보자. 거기에 우리는 자라(Zara)같은 기업을 만날 수 있다. 일 년에 단 두 번 봄/여름, 가을/겨울 시즌으로 나눠 신상품을 기획해서 출시하는데도 넘쳐나는 재고 처리로 고생하는 패션업계에서는 실시간 디지털 정보를 바탕으로 매주 마다 일 년에 무려 50번의 신상품 기획을 한다는 자라의 사업모델은 마치 미친 소리처럼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당시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비즈니스를 전개한 자라는 3차 산업혁명이 성숙되는 과정에서 무명의 스페인이라는 나라의 작은 기업에서 글로벌 공룡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들 승자들은 새로운 개념으로 무장하며 주인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지금 자라의 오르테가 회장은 세계 1위의 갑부를 오르내리고 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1960년대에 창업한 나이키는 운동화와 구두만 있었던 시절에 런닝화, 테니스화 등을 출시해서 업계의 조롱을 받았다. 나이키의 런닝화는 ‘달리기할 때만 신는 신발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었지만 현재는 매출 규모면에서 세계 1위의 패션업체로 군림하고 있다. 2차 산업혁명 이후 최고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듀폰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반적으로 ‘화학’이라는 인식자체가 없었던 1802년에 일찌감치 화학공장으로 설립된 듀폰은, ‘석유’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1920년대에 석유를 사용해서 합성고무, 나일론, 합성수지 등의 화학제품을 개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이들 기업들은 15세기 대항해 시대에 무모한 도전으로 지원을 거절당한 콜럼버스처럼, “그게 말이 돼?”, “불가능해”, “소설 같은 비현실적인 주장이야”라는 지적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스페인의 이사벨 여왕의 탁월한 지원 아래 새로운 비즈니스를 향해 배를 띄었다. 그리고 콜럼버스는 아무도 가지 않았던 항로를 선택하여 출항해 미지의 신대륙에 제일 먼저 깃발을 꽂는데 성공한 것이다. 물론 당초의 목적은 황금을 캐오는 것이었지만, 엉뚱하게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황금의 땅이란 거대한 대륙을 발견하고 온 것이다. 물론 이런 대항해 시대의 신대륙의 발견은 콜럼버스 딱 한사람만 출항해 성공한 것은 전혀 아니다. 콜럼버스 이전에도 수많은 출항을 했을 테고, 대부분의 많은 배들은 실패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성공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배를 띄우는 자들이 성공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논의하는 지금도 ‘엄마 기계’나 ‘컨텍스트가 부활하는 수요자 중심의 세상’ 등을 설명하면 많은 사람들은 “돈은 그렇게 버는 게 아니야”, “옷을 한 벌 한 벌 만들어 팔아서 언제 돈을 벌어?”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콜럼버스의 시대에도 그랬고, 2차 산업혁명 당시에도 그랬으며 3차 산업혁명을 보는 시선들도 그랬다. 나이키의 조깅화나 자라의 패스트 패션이 처음 등장했을 때 기존의 상식에 사로잡힌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다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3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혁명 역시 마찬가지이다.

실물로 우편을 보내던 시절에 컴퓨터로 ‘이(e)메일’을 보낸다는 개념은 생소하고 믿기 어려운 혁명이었다. 하지만 채 50년도 지나지 않아서 이메일이 e를 떼고 메일의 자리를 차지했다. 안방에 앉아서 인터넷으로 세계 각국의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한 구글의 사업모델은 당시로서는 수익이 확보되지 않은 실패한 비즈니스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기업가치 1,000조원의 세계 최고의 글로벌 기업을 만든 원천이 되었다. 아마존의 롱테일 법칙으로 무장한 온라인 쇼핑도 마찬가지 길을 겪고 오늘 날 공룡이 되었다.

이를 오늘의 4차 산업혁명에 대입해 보면 지금 당장은 “Are you crazy?”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혁신적인 기업이야 말로 역설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루어내고 성공하는 기업으로 도약할 확률이 높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의 4차 산업혁명을 정의하라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우리는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앞 다투어 각기 자신의 분야에서 수요자의 컨텍스트를 반영하려는 ‘전문가 기계’들을 개발하여 플랫폼 기반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 역시 이 새로운 조류에 재
빨리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전략 수립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은 더 이상 필요 없는 소모적인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보편적 혹은 일반적으로 정의할 수 없으며, 상황에 맞고 개인에 맞는 주관적이고 상황에 따른 것이며, 상대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정의보다는 개인화된 나만의 정의가 필요하다.

필자는 ‘4차 산업혁명 = 엄마기계의 시대’라는 정의를 펼쳐 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나의 전공분야에서 도출한 것으로, 이글을 읽는 독자들 각자가 자신의 영역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적합한 정의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패션 분야만 보더라도 4차 산업혁명의 정의는 다양하게 내려질 수 있다. 옷을 만드는 공급자는 ‘엄마 기계’를 개발하여 상용화하고, 판매자는 ‘숍마스터(shop master) 기계’를 개발해서 고객의 쇼핑을 도와야 한다. ‘디자이너 기계’는 고객의 디자인을 창의적으로 개성을 표현 할 수 있도록 도와 줘야 한다. ‘코디네이터 혹은 스타일리스트 기계’는 고객의 패션 스타일링을 책임져야 한다. 다른 산업분야로 넘어가면 ‘운전자 기계’도 있을 것이고 ‘여행가이드 기계’, ‘요리사 기계’, ‘투자자 기계’, ‘선생님 기계’, ‘의사 기계’, ‘비서 기계’, ‘운동선수 기계’ 등 수많은 ‘전문가 기계’가 있을 것이다. 각자의 해당영역에 전문가가 있는 한 모든 분야에 ‘전문가 기계’는 존재할 수 있다.

이렇게 각자의 영역에서 4차 산업혁명이 정의되면, 내가 가진 경쟁력을 분석해서 나만의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고 포지셔닝(positioning)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해놓아야 비로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에 도전하라

우리나라 기업 중에 퍼스트 무버나 생태계 창조자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체질적으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 high return; 고위험 고수익형) 비즈니스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신대륙을 발견하는 것과 같은 콜럼버스의 항해가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형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하는 퍼스트 무버 역시 하이 리스크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하이 리스크를 짊어지고 이를 성공으로 이끌 수만 있다면 신사업이나 새로운 생태계를 선점할 수 있으며, 패스트 팔로워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글로벌 최강자가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특히 이런 하이 리스트 하이 리턴의 사업에는 대부분 도전하려 하지 않는다.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low risk & high return; 저위험 고수익형)은 소설에서나 나올 수 있는 사업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기업은 성공이 보장된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low risk & low return; 저위험 저수익형)을 더 선호한다.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더라도 확실히 성공이 보장된 비즈니스에 투자하는 것에는 그다지 고민들을 안 하는 것 같다. 전형적인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다. 패스트 패션이 뜨니까, 국내 대기업들조차도 이걸 따라한다. 그것도 글로벌 시장도 아니고 국내 시장에서 따라한다. 전형적인 뒷북치기 비즈니스이다.

10년이 넘도록 ‘맞춤’, ‘디지털 패션’을 떠들었지만 우리가 세계 최초일 때는 눈치만 보며 서로 안하더니, 외국의 선진 기업들이 하니까 이제야 부랴부랴 하겠다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성공 모델이 있는 비즈니스는 확실히 위험 부담이 적다. 그러나 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글로벌로 나가기에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도 한국의 기업들은 이걸 더 선호하는 편이다. 모든 기업이 다 퍼스트 무버나 생태계 창조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 많은 기업들도 하루빨리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형으로 체질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3번에 걸친 산업혁명 동안 글로벌 리더들의 조력자 역할만 해온 우리로서는 4차 산업혁명이 이러한 체질 개선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리더에게는 리스크가 따른다. 시도하다가 실패할 확률도 크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의 리더가 될 수 있는 확률도 크다.

정부나 공공기관 역시 3차례에 걸친 산업혁명 시대의 우리 산업이나 사회문화적인 상승을 가져온 여러 지원정책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기존의 프레임들은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는 미지의 땅을 정복하기 위한 정책으로 적합하지 않다. 마치 근해의 멸치잡이 어업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이나 제도가 저 멀리 태평양으로 처음 진출하려는 범선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혁명의 시대에는 새로운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우리가 아무리 외면해도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지금 전 세계를 덮치고 있다. 이번에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리더는 커녕 더 이상 우리나라가 그동안 누려왔던 조력자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조력자의 역할은 이미 중국, 동남아 등으로 거의 다 넘어갔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수많은 기회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그게 되겠어?” “너무 위험한데” “꿈같은 이야기지”라고 생각하는 사이에도 누군가는 하이 리스크를 감당하고, 하이 리턴으로 성공을 수확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분명 세계의 주인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회이다.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종은 가장 강하거나 가장 똑똑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라고 했다. 우리가 정말 꼭 새겨야 할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한국의 섬유패션 산업이 가장 잘 적응해서 살아남길 바라며 이 연재 글을 마치고자 한다.
박우혁 기자(hyouk@kfashi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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