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기획연재] 4차 산업혁명은 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산업혁명 이전 세상을 회복 중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의 섬유패션 산업이 가야할 길④
박우혁 기자  패션 2020.04.2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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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규 건국대 화학공학부 교수/상허교양대학 학장

18세기 중반 일어난 산업혁명은 불과 150여년 만에 인류가 수 천 년을 살아왔던 온 세상을 거의 통째로 바꾸었다. 산업혁명 이후 산업사회에 태어난 우리에게 지금의 삶의 방식은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이다. 그러나 이 익숙한 세상은 150년 전에는 가히 혁명적인 것이었다. 3차례에 걸친 산업혁명은 매번 상상을 일상으로 바꾸며 세상을 혁신해 왔다.
오늘 날 급속히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또한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4차 산업혁명은 첨단 기술을 사용해 산업혁명 이전 세상을 회복시키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를 알고 나면 섬유패션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우리들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과연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지에 관해 본 지에서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생산 시스템의 변화 :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

아래 그림은 산업혁명 이후 생산시스템의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그림 안의 곡선을 시대적으로 따라가 보면 [수작업 생산 → 대량 생산 → 대량맞춤 생산 → 개인맞춤 생산]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개인맞춤 생산’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생산 시스템이라 부른다. 이런 생산 시스템의 변화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생산 시스템의 변화

그런데 이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XY 축이다. 이 그림에서 X축은 ‘다양성’, Y축은 ‘생산성(효율성)’을 나타낸다. 산업혁명 이전의 ‘수작업 생산’ 시대에는 거의 ‘다양성’만 있었다. 이후 산업혁명은 ‘다양성’의 감소를 감수하면서도 ‘생산성’을 추구하게 되고, 마침내 ‘대량 생산’ 시대에 이르러 ‘생산성’은 극대화가 된다. 산업혁명 이전의 ‘개인’을 ‘대중’으로 바꾸고, ‘맞춤 제품’을 ‘기성품’으로 대체하고, 서로 달랐던 것을 규격화하고 표준화하는 일들이 일어났다.

이후 ‘개인맞춤 생산’의 4차 산업혁명은 잃어버린 ‘다양성’을 다시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그동안 우리가 구축해 놓은 ‘생산성’의 감소를 동반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은 ‘생산성’의 감소를 감수해서라도 산업혁명 이전 수준으로 ‘다양성’을 회복하려고 한다. 산업혁명 이후의 ‘대중’을 다시 ‘개인’으로, ‘기성품을 ‘맞춤 제품’으로 바꾸고 있다.

‘생산성’도 늘리고, ‘다양성’도 늘리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어 보인다.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아마 5차 산업혁명쯤으로 불리어 질 것이다. 여태껏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서 구축해 놓은 ‘생산성’을 과감하게 포기해야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다. 하나를 내려놓아야 하나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4차 산업혁명을 한다면서 이렇게 하는 기업을 만나본 적이 없다. 우리가 앞으로 추구해야할 ‘생산성’ 향상은 ‘다양성’을 전제로 한 범위 내로 제한될 것이다.

공급자와 수요자 역할의 변화 : 우리는 무슨 일을 했었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

아래 그림 역시 생산 시스템 변화에 따른 공급자와 수요자의 역할을 보이고 있다. 산업혁명 이전의 세상에서 수요자는 직접 ‘디자인’과 ‘생산’을 담당했다. ‘수요자 중심(Demander-oriented)’의 세상이었다. 엄마가 집에서 자녀들의 옷을 만들고, 가내 수공업을 중심으로 필요한 기구들이 만들어 졌던 세상이다. 이 시절 공급자는 ‘판매’만을 담당했었다. 산업혁명 이후, ‘대량 생산’ 시기를 살펴보면, 충격적 변화가 일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수요자가 하는 모든 일이 사라지고 공급자로 넘어간 것이다. 바야흐로 ‘공급자 중심(Provider-oriented)’의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이후 ‘대량맞춤 생산’에 접어들면서 수요자에게는 공급자가 제공하는 옵션들을 선택해 조합하는 역할이 일부 주어졌다. 델(Dell) 컴퓨터나 이케아(IKEA) 같은 조립 주문형 제품 방식이다. 그러나 여전히 생산, 판매가 공급자에 의해 주어지는 ‘공급자 중심’의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공급자와 수요자 역할의 변화

그러나 4차 산업혁명 ‘개인맞춤 생산’ 시대에는 공급자와 수요자 역할의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산업혁명 이전 수요자의 역할이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공급자에게 넘어갔던 ‘디자인’과 ‘생산’이 수요자에 의해서 행해지고, 일부 수요자는 ‘판매’까지도 직접 담당 한다. 이때 공급자는 수요자가 이런 일들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디자인 툴’을 제공하며 수요자를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수요자가 디자인 한 제품의 생산을 돕기도 한다.

최근 수요자가 직접 디자인 하는 개인맞춤형 제품들과 개인 사업자에 의한 브랜드들이 수시로 런칭되고 있으며, SNS나 온라인 플랫폼 상에서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 수요자는 유튜브(YouTube)나 인스타그램(Instagram) 등을 통해 인플루언서(Influencer)로 활동하며, 기존의 공급자들만이 생산해왔던 디지털미디어 콘텐츠와 전통적인 패션, 뷰티 제품 등을 디자인-생산-마케팅 하며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이들은 소위 브이커머스(v-commerce)를 주도하며 새로운 시장의 키 플레이어로 등장하고 있다.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하는 에어비앤비(Airbnb)나 우버(Uber), 클로젯셰어(Closetshare) 같은 공유경제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런 수요자의 역할 변화는 산업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공공부분, 금융, 문화예술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국민청원이나 클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심지어 가상화폐(Cryptocurrency)까지 발행하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확장되고 있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은 ‘수요자 역할의 회복 시대’라 할 수 있으며, 산업혁명 이전의 ‘수요자 중심’의 세상을 다시 소환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수요자를 잘 돕는 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급자가 서로 더 좋은 제품을 미리 만들어놓고 경쟁하는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

탈중앙화와 탈표준

4차 산업혁명 시대, 또 하나의 중요 핵심키워드는 ‘탈중앙화(decentarization)’이다. 이는 의사결정의 권한이 중앙의 센터(center)에만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위에도 주어진 것을 의미한다. 권한이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는 상태, 즉 ‘지방화(localization)’ 혹은 ‘지역화(regionalization)’이라고도 한다. 산업혁명 이후 기계가 등장하고 대량생산이 되고나니, 생산성과 효율성의 증가를 위해 중앙 통제를 위한 ‘중앙화(centralization)’은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최근 그 ‘중앙화’가 무너지고 다시 산업혁명 이전의 ‘탈중앙화’가 진행되고 있다. 산업혁명 이전, 엄마가 집에서 옷이나 음식을 만들어 주는 시대에는 센터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전국에 흩어져있는 엄마들은 스스로 의사결정의 주체였다. 중앙의 통제를 받지 않는 엄마들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했다.

그러나 산업혁명은 개인의 의사결정 방식을 존중하지 않고, 중앙에서 단일한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중앙 통제 시스템에서 결정된 명령은 방사형으로 각지로 퍼져 나간다. 끝단에 위치한 각 생산 주체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동일한 작업을 수행한다. 그러나 ‘탈중앙화’ 시스템에서 센터는 총괄 관리나 지원업무만을 수행하고, 의사결정은 하부의 각 생산주체가 한다. ‘중앙화’은 같은 것을 만들 때 적용되고, ‘탈중앙화’는 각기 다른 제품을 생산할 때 사용된다. ‘중앙화’는 의사결정 방식이 단일하고, ‘탈중앙화’는 유연하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이 개인화를 지향하면서, 다시 ‘탈중앙화’가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사회 모든 영역에서 ‘탈중앙화’가 진행 중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업들은 ‘중앙화’를 과감히 내려놓고 ‘탈중앙화’를 추진하고 있다.

산업혁명의 ‘중앙화’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각종 표준규격들도 제정되었다. 산업혁명 이전, 자급자족 형태의 수작업 시대에는 ‘표준’ 이라는 것은 개념조차 없었다. 집집마다 대대로 전수되어 내려오는 ‘비법’은 있어도 ‘표준’은 없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의 ‘표준’은 서로 다른 방법, 개성이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일단 한번 ‘표준’을 만들면 누구나 지켜야 하며, 오늘 날 표준화가 덜 된 기업은 경쟁력이 없는 기업이다. 기업들마다 ‘표준’을 따르고, 표준 재료와 표준 제조방법을 정해 사용한다.

그리고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국제표준규격 인증을 받았다고 홍보를 한다. 같은 기업의 제품은 규격과 성능이 같아야 한다. 제품 간 차이가 있는 부품은 품질관리가 안 되는 값 싼 부품이다. 최근까지 벌어진 ‘6시그마(sigma)’ 운동은 품질개선 운동으로 제품 간의 차이 즉, 시그마(표준편차)를 줄이자는 것이다. 산업혁명으로 규격화 된 세상에서는 편차를 줄이는 것이 지향하는 목표가 되었다.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편차를 줄이기 위해 어마어마한 자금과 노력을 쏟아 부었다. 같은 브랜드 옷이나 신발의 사이즈는 치수별로 어느 매장에서나 다 같아야만 하고,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의 음식은 다 같아야만 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 시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았던 획일화 된 ‘표준’이 사라지고, ‘표준’은 각기 다른 것을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개인 고객들이 원하는 물건을 만들기 위한 개인 정보들을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 지, 서로 다른 맞춤형 제품들의 품질은 어떻게 평가하고 표시해야 하는 지 등. 기존에 없던 개념의 ‘표준’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런 신 개념의 ‘표준’을 개발하고 적용해야 한다.

가치의 변화

산업혁명을 주도한 주체들은 ‘좋은 것’에 관한 가치의 개념을 통째로 바꾸었다. 산업혁명 이전 세상에서 ‘좋은 것’은 ‘서로 다른 것’이었다. 같은 것은 하인들이나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똑같은 것을 대량 생산하는 산업혁명은 ‘좋은 것’을 ‘같은 것’으로 바꾸었다. 그들은 같은 것끼리 묶어 ‘브랜드’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같은 명품 브랜드의 옷을 입고, 같은 브랜드의 고급차를 타며, 같은 고급 아파트에 사는 것이 ‘좋은 것’이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이들은 산업혁명 이전의 ‘서로 다른 것’이 원래 ‘좋은 것’이라고 다시 주장한다. 산업혁명 이전의 ‘좋은 것’에 대한 가치를 다시 소환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좋은 것’은 더 이상 ‘같은 것’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좋은 것’, 즉 ‘서로 다른 것’을 만들려고 애를 쓴다. 이들은 더 이상 ‘같은 것’을 잘 만들기 위해 중국 등과 경쟁하지 않는다. ‘같은 것’은 중국이나 동남아에서나 만드는 싸구려라고 폄하한다.

이렇듯 ‘좋은 것’에 관한 가치의 개념 자체를 바꾸는 전략은 그들이 늘 새로운 세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최고 난이도의 전략이다. 한국의 섬유패션 산업도 ‘같은 것’을 만드는 중국과 경쟁해서 이길 방법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제 그들의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우리도 ‘서로 다른 것’을 잘 만들어야 승산이 있다.

이번 지면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4차 산업혁명은 산업혁명 이전 세상을 복구 중이다. 이는 수작업의 자급자족 시대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첨단 기술을 이용해 수천 년간 인류가 추구했던 가치, 역할, 시스템을 회복하려는 것이다. 이에 한국의 섬유패션 산업도 그동안 우리가 쌓아왔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더 이상 경쟁력이 없는 것은 과감히 포기하고, 4차 산업혁명이 지향하는 새로운 세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완전히 새롭게 변하는 것이 ‘혁신’이다.
박우혁 기자(hyouk@kfashi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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