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현 (사)동대문패션타운관광특구협의회 회장
국내 최대 패션산업 집적지인 동대문시장은 패션 유통산업의 변화와 코로나19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주변 원자재시장과 봉제공장의 가장 큰 고객이며, 우리나라 패션산업의 중심이다.
특히, 대한민국이 가난하던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오일장과 동네 옷가게와 온라인몰을 통해 자식들의 설빔과 부모님의 갈음옷과 우리들의 패션을 공급하여 국민을 행복하게 한 주역도 동대문시장의 상인들이다.
그런 동대문 패션산업이 위기에 처해있다. 동대문 패션타운 종사자들의 상권 이슈에 대한 참여 부족과 상권 내 부적격시설로 인한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그리고 상권과 맞지 않는 ‘동대문시장 활성화’란 명분보다 실제 동대문 상권에 필요한 지원(상권을 위한 공간과 주체적인 디지털 유통환경 구축)을 끌어내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게 내부적인 요인이라 하겠다. 이에 동대문 패션타운 활성화를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해 본다.
첫째, 30년 가까이 도매상권 한복판에서 고객의 동선과 물류의 흐름을 차단하고 있는 서울경찰청 가동본부의 신속한 이전과 상권과 지역 친화적인 부지 활용방안의 수립이다.
2016년엔 곧 이전이 될 것처럼 뉴스가 나오다가 결국 이전 부지확보 문제로 중단되었고, 2018년엔 서울시에서 기동본부 부지를 대상으로 ‘서울 패션혁신허브 조성을 위한 기본구상 학술용역’에 대한 입찰을 하였다.
기동본부의 이전은 침체하는 동대문 상권을 되살리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되겠지만 부지 이용 방안에 대한 논의에 반드시 상권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 동대문 패션타운은 시장이다. 따라서 패션제조유통산업으로 분류가 되어야 하며 패션봉제산업으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접근이다. 기동본부 이전 후에도 상권의 활성화와 무관한 시설이 들어선다면 동대문 상권은 회생할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디디피(DDP)를 통해 상권 내 부지 이용에 대한 학습효과를 갖고 있다. 디디피가 개관하고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 방문이 예상되었을 때 주변 지역에선 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품었지만, 디디피와 지역 상권과의 지향점은 달랐고 오히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중심으로 방문객들을 흡수한 디디피만 독주했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동대문 상권의 침체 원인을 디디피에 두는 건 아니지만 상인들이 반세기를 지나면서 축적한 동대문시장이라는 기반 위에서 연간 팔백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확보하였다면, 최소한 방문객들을 상권으로 순환시키는 기능과 동대문패션타운의 역사와 현재 유통상품의 판촉, 홍보를 위한 공간은 내주었으면 한다.
아울러 기동본부 부지 활용에 대한 논의에서 상권이 배제되고 현장을 모르는 외부인들이 상권(도소매 패션 제조유통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동대문 상권 활성화’란 구실로 상권을 망치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될 것이다.
특히 동대문시장과 전혀 다른 글로벌 패션 선진도시의 사례를 동대문 상권에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뉴욕, 밀리노, 파리는 동대문시장과 다르다. 우리는 봉제를 포함한 패션산업을 견인하는 동대문시장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둘째, 동대문 상권이 주체인 ‘동대문패션타운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대해선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동대문 상권이 온라인유통사들의 하청지대가 되지 않고 독자적인 상품개발로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선 현재 시범사업 중인 ‘동대문패션타운 정품인증제’와 함께 ‘동대문패션타운 디지털플랫폼 구축’으로 동대문 패션제품의 ‘디지털 변별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동대문패션타운 정품인증제’는 ‘패션산업 보호를 위한 원산지 위변조 행위’에 대한 대책과 함께 동대문패션 제품의 글로벌 판로 확대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산 원자재의 공급 촉진과 ‘한국제’의 점유율 제고를 목표로 한다.
셋째, 참여를 통한 동대문 상권조직의 활성화다. 동대문 상권은 개별 자영업자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구성원들의 참여 없이 상권의 미래를 준비할 방법은 없다.
‘동대문 패션산업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운 사업들이 자금지원을 받아서 동대문 상권 내에서 진행되었지만, 상권과 무관한 외부인들이 실제 상권의 현실과도 맞지 않는 사업을 진행하다가 사라진 것이 대부분이다. 필자가 일일이 열거하지 않는 이유는, 그런 사업들이 우리 동대문 상권 한복판에서 이뤄지는데도 불구하고 관심조차 없거나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우리 자신에 대한 자괴감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자기 장사를 열심히 하듯이 자신이 속한 상권을 위한 참여가 필요하다. 상권 내 종사자 십만여 명 중에 백 명만 참여해도 정책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조직의 힘이다. 열심히 장사하고 세금을 낸 납세자로서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적절한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우리의 선배들이 피땀으로 물려준 상권을 계승 발전시킬 의무가 있는 것이다.
끝으로 필자는 동대문 패션타운의 미래를 위해서는 함께 참여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임을 밝히며, 그 출발을 위하여 ‘동대문 패션산업 미래전략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