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헤리티지 명품 브랜드를 꿈꾸다
이선우 서울쇼룸 대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은 패션계에서도 큰 침체기를 가져왔다. 하지만 작년 초부터 런던, 뉴욕, 밀라노, 파리 등 세계 4대 패션위크가 다시 활기를 찾으며 24년을 맞이해서 패션계는 회복을 넘어 본격적인 활성화 시즌으로 돌아왔다. 우울했던 코로나 시국에 온라인으로 패션은 각종 세일즈와 디지털패션쇼 등을 이어갔지만, 패션은 패션 아닌가? 직접 보고 입고 부러워하고 뽐내는 맛이 패션을 좋아하는 이유다.
필자는 23년 9월 프랑스 파리에서 쇼룸과 트라노이 전시회를 통해 다시 해외 세일즈를 재개했다. 코로나로 인해 패션의 본고장 파리에서도 쇼룸과 패션전시회가 재편되고 있었고, 진입장벽이 높던 기존보다 새롭게 시작되는 시점이 좋은 기회라 생각되었다. 많은 바이어를 만났고, 전보다 달리 디자인과 퀄리티, 스토리에 집중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좋은 경험을 얻었다.
2024년 2월 28일부터 약 10일간 열린 파리 패션위크. 필자가 운영하는 서울쇼룸은 본격적으로 좋은 디자이너 브랜드를 파리 패션위크 기간 내에 쇼룸과 트라노이 전시회에 소개하고자 많은 디자이너를 만나고, 그 중에 5개 브랜드를 선정하게 되었다.
‘플레이백(PLAYBACK)’은 5개 브랜드 중 하나였고, 가장 최근에 런칭한 브랜드였지만 내심 가장 기대하며 소싱했다. 처음 홍미림 디자이너와 연락이 된 것은 하이엔드 스트리트 감성이지만 디자인과 패턴에 힘이 느껴지고 트렌드에 너무 휩쓸리지 않은 뭔가 한 끗이 있는 컬렉션을 보고 서울쇼룸 온라인 세일즈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홍미림 디자이너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에 대한 관심과 문의를 많이 주었고, 런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브랜드의 디자이너가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와 준비를 차근차근 알차게 채워가고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브랜드에 대해, 그리고 디자이너에 대해 궁금했다. 파리 패션위크 기간 동안 만나는 바이어와 패션 관계자들에게 플레이백에 대한 느낌을 생생히 듣고, 브랜드가 가진 스토리를 전달해주고 싶었다. 홍미림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잠시 살펴보자.
‘플레이백’ 홍미림 디자이너 스토리
학창시절 공부에 관심도 흥미도 없었고 그리 잘 하지도 못 했다. 고등학교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질 만큼 누구나 그렇듯 우리나라의 공교육 절차대로 흘러가다 대학 전공도 마찬가지로 취업률이 높은 환경공학학과를 선택해서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 중에 대학교 취업센터에서 진행한 취업캠프 프로그램을 통해 패션 디자이너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
‘디자이너가 된다’라는 목표만으로 다니던 대학교를 중퇴하고 패션디자인학과로 편입을 시작으로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디자인 쪽에서 경력을 쌓는 과정은 인턴을 지원하기조차 어려운 현실이었고, 어떻게 나이와 경력을 맞바꿀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으로 취업준비를 하였다.
누구나 하는 경력을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올라가야 했다. 디자이너로서 의 첫 시작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었고, 가장 힘들다는 컬렉션 브랜드에서의 인턴 경험을 쌓고자 했고 ‘푸시버튼(PUSHBUTTON)’에서 기회가 주어졌다. 그 다음은 실무경험으로 나이를 대체 해야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도소매를 하는 브랜드에서 주 단위 품평과 생산으로 다양한 종류(우븐, 다이마루, 특종 등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의 수많은 디자인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회사에서 실무경험을 쌓고, 다시 브랜드 이직을 목표로 ECRU 팀장으로 회사에 입사하였다.
디자인 팀장으로 해외전시에 참가했던 홍미림 디자이너
2015년도 입사 후 ‘STANDALONE’ 브랜드를 2명의 인원으로 런칭을 시작으로 모든 일을 해내야만 했다. 2016F/W-2019F/W 시즌 별 컬렉션 진행과 해외 페어 참가 및 수출 등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 할 수 있었다. 디자이너로 10여년이 넘게 원하던 목표가 되기까지 달려오다 보니 모든 것에 지쳐있는 상태였던 시기에 휴식이 필요하여 퇴사를 결정했다.
다음 목표를 세우지 못한 채 1년 정도의 휴식을 가지면서 늦기 전에 개인 브랜드를 런칭해서 향후 내 이름을 걸고 패션쇼를 하고 싶다는 새로운 꿈으로 사업을 시작하여 런칭한 첫 브랜드가 플레이백이다.
‘플레이백’ 룩북
플레이백은 2023년 서브 컬쳐를 기반으로 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로 향후 세계적인 명품으로 남길 꿈꾸며 런칭했다. 우연히 방에서 패션잡지가 가득 꽂혀있는 책장의 표지의 제목들 중 EYESCREAM 2018년 3월호 ‘PLAYBACK, SKATEBOARDING FILM’이라는 제목을 보고 현존하는 모든 디자인은 역재생(PLAYBACK) 되고 있다고 바라보던 제 생각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단어로 브랜드명을 바로 결정하였던 기억이 난다.
‘플레이백다움’을 유지한 채 오랫동안 존재할 수 있을지, 다른 브랜드와 구별 짓는 우리만의 색은 무엇일지에 대해 항상 끊임없이 고민한다. 단순히 사치를 위한 명품이 아닌 브랜드를 입는 다는 것 자체로 당당해지는 옷이 하나쯤은 있지 않나? 고객에게 누구나 입고 싶은 옷, 주인공이 되어 줄 옷을 만들고 싶다.
플레이백은 사이즈로 구분하는 소비자들은 실제 같은 체형이 없다 하지만 원하는 실루엣으로 보일 수 있도록 수차례 패턴, 소재, 실루엣에 대해 연구하고 테스트 하는 과정을 거쳐 디자인되고 최종적으로 생산된다. 명품의 조건 중 하나가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 유행에 의해 만들지 않으며 높은 생산 퀄리티로 변형되지 않고 물려줄 수 있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플레이백은 영감이 되는 모든 과거의 것들이 플레이백이라는 브랜드를 거치면서 존재하는 옷의 당연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며 다시 회상, 언급, 기록되어 끊임없이 새롭게 컬렉션으로 남길 수 있길 꿈꾼다.
더 행복한 상상을 하자면, “그거 알아? 플레이백의 이번 시즌 컬렉션을 코로나 시기에 준비했는데 경제적인 상황이 비슷했던 1930년대 경제 대공항 시대의 스타일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되어 만들었대. 이 당시엔 이런 옷들을 입었나봐. 오히려 더 화려한 것 같기도 하고.” 이런 대화들이 우리에 의해 오갔으면 하고 그 시대, 배경, 역사, 문화 등이 간접적으로 회상, 회자되며 찾아보게 하는 이야깃거리가 되는 브랜드였으면 한다.
더불어 패션업 특성상 자원을 소비하게 하고 쓰레기 발생의 원인이기도 한 환경적인 문제가 심각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생산을 줄일 수 없다면 물려줄 수 있는 상품을 만들고, 플레이백 생산품 중 30% 이상은 한정수량 일지라도 다양한 원인들로 못쓰고 버려지는 재고 원단을 선별하여 가공한 원단으로 제품개발을 해오고 있다.
과거 누군가가 정해놓은 옷에 대한 본질에 치우쳐지지 않고 이제는 트렌드가 없어져 가는 시대가 맞지 않을까? 우리나라에도 자신만의 색을 잃지 않는 많은 브랜드가 오래도록 함께 남아 있었으면 한다.
스토리를 듣고 살펴보는 2024 컬렉션
첫 번째 컬렉션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비슷한 시기인 1930년대의 대공황 시대 패션에서 영감을 받아 재해석한 컬렉션이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번 시즌 디자인들은 상품구성(비치 파자마, 클라운 팬츠, 브리치스, 세일러 팬츠) 및 소재와 부자재 등도 당시 사용한 면직물, 트윌, 나일론 등 모든 여밈에 지퍼, 단추 대신 금속 버클을 주로 사용하여 제작되었다.
촬영 컨셉 또한 1930년대와 유사한 시대 배경인 코로나 시대에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되어 첫 번째 런웨이 기회가 취소된 모델을 상상해보며 진행한 촬영 컨셉으로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런웨이 무대에 데뷔하는 과정을 룩북과 영상으로 남기고자 하는 모델을 표현하였다.
파리 패션위크를 경험한 플레이백
2024년 2월말~3월초 열린 파리 패션위크 기간 동안 플레이백은 트라노이 전시회와 로메오 쇼룸에서 많은 바이어와 패션에디터, 인플루언서, 모델들의 관심을 끌었다. 정성스럽게 선별한 30여개 아이템마다 룩북을 같이 행거링하고, 스와치가 달린 소재북과 라인시트를 준비했다.
바이어들은 편리하고 손쉽게 브랜드와 상품에 대한 정보를 현장에서도 볼 수 있었고, 에디터와 모델들은 상품마다 걸려있는 룩북을 보고 착장과 사진에 대한 무드와 컨셉을 금방 잡을 수 있었다.
파리의 바이어와 에디터, 모델들이 선택한 플레이백
수많은 브랜드와 상품이 경쟁하듯 진열된 전시회와 쇼룸에서 스쳐지나가는 바이어와 패션 관계자들에게 어필하려면 세밀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플레이백의 홍미림 디자이너는 그간의 경험을 하나하나 잊지 않고 이번 해외 세일즈에 적용했다. 그리고 그 결과 처음 진출한 파리의 세일즈 현장에서 해외 바이어의 오더가 성사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뿌듯한 것은 파리 현지의 에디터, 모델, 스타일리스트들이 플레이백의 옷을 스타일링하고 입어보고 촬영하고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직접 태그를 걸어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단한 광고와 마케팅이 아닌 잘 준비된 스토리와 컬렉션으로 파리 현지 관계자들이 직접 선택하고 즐기게끔 만들었다는 것이 플레이백이 뉴 헤리티지를 꿈꾸는 명품 브랜드로서의 자질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