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휴식’ 테마로 젠더리스·시즌리스 표방
이선우 서울쇼룸 대표
패션업계에서 20년을 넘게 종사하며 수많은 브랜드의 흥망성쇠를 곁에서 지켜봤습니다. 한 때 이슈가 되었던 브랜드가 종적을 감춘 경우도 많죠. 오랫동안 패션브랜드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입니다.
자본이 충분한 대기업이나 팬과 팔로워가 많은 셀럽과 인플루언서가 런칭한 브랜드도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바뀌는 트렌드와 시장의 흐름에 맞춰 2008년부터 지금까지 16년간 3개 브랜드로 1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후 새로운 스몰 브랜드를 런칭한 서보람 디렉터가 궁금해졌습니다.
서보람 디렉터.
서보람 디렉터는 학창시절 미술을 오래 했고, 대학교는 일어일본어 학과를 졸업하며, 일본에서 지내면서 빈티지 제품에 푹 빠져서 20대를 보냈습니다. 20대에 들었던 음악, 그때 입었던 옷들은 유행과 상관없이 아직까지도 서보람 디렉터의 취향에 많은 영향을 주며, 쓰는 컬러나 레이어드 스타일의 모티브가 되고 있습니다.
서보람 디렉터는 디자이너로서 브랜드를 런칭한 것이 아닙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는 패션에 관련된 업을 하고 싶지만,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기에 MD를 선택했고, 신세계몰에서 굵고 짧게 온라인 유통과 생태계에 대해 배웠습니다.
그리고 2008년에 주얼리 브랜드 ‘빈티지 헐리우드(VINTAGE HOLLYWOOD)’를 런칭했습니다. 그 당시 주얼리 브랜드는 많았지만, 시장을 바라볼 때 비는 구간이 있다고 판단하고 소자본 30만원을 들고 빠르게 런칭해서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서보람 디렉터는 몸으로 부딪히며 깨닫는 편이라 해외 트레이드쇼, 홈쇼핑, 백화점 단독 매장 등 패션 주얼리 시장에서 해보고 싶은 건 다 경험을 합니다. 그 결과 빈티지 헐리우드는 단일 주얼리 브랜드로 국내에서 정상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성공한 브랜드로 자리를 잡으며 16년간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빈티지 헐리우드를 운영하며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시장은 트렌드라는 게 있어 그 흐름을 유연하게 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었는데, 빈티지 헐리우드도 잘 해왔지만 7년차 정도에 단일 브랜드로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느껴 ‘하이 칙스(HIGH CHEEKS)’라는 세컨 브랜드를 런칭했습니다. 신기하게 하이 칙스를 런칭하면서 빈티지 헐리우드도 그 전 매출로 회복했다고 합니다.
하이 칙스의 성공은 빈티지 헐리우드를 운영하며 쌓아올린 네크워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패션매거진 얼루어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런칭을 시작했고, 잡지 사은품으로 1만개를 오더를 받으면서 브랜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뷰티 브랜드 에뛰드와 콜라보를 연이어서 진행하면서 디자인피와 함께 콜라보레이션 주얼리를 디자인, 생산, 납품하며 추가적인 수익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때부터 서보람 디렉터의 브랜드 런칭과 성공적 운영에 대해 본격적인 감각과 노하우가 발휘됩니다. 주얼리 아이템으로 진행하다보니 외형 매출과 홍보의 한계를 체감해서 잡화 카테고리로 확장하였고, 그 과정에서 디즈니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가방, 폰케이스 군으로 매출 볼륨업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2018년도에 세 번째 패션브랜드 ‘보카보카(VOCAVACA)’를 런칭합니다. 6가지 디자인을 샘플로 뽑아 프리오더를 받았고, 인플루언서, 업계 친구들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를 해주면서 단기간에 베스트 아이템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후로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아이템을 점점 늘려갔고, 단일 브랜드로 4년 만에 온라인에서 100억 원을 찍는데 성공합니다. 서보람 디렉터는 차곡차곡 브랜드를 런칭하며 이뤄온 결과로 100억이라는 숫자는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하며 감회가 새로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2024년 서보람 디렉터는 또 한 번의 과감한 결정을 합니다. 세 브랜드가 성장곡선을 그릴 때 회사 지분을 일부 매각하고, 새로운 회사 웨이퍼를 세워 ‘프리터(FRITUR)’와 ‘쇼리노로지(Souri no Rosie)’를 런칭합니다.
100억 원대 매출까지 기록한 브랜드가 아닌 새로운 스몰 브랜드로 회귀한 서보람 디렉터의 결정이 매우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서보람 디렉터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Q. 브랜드 ‘프리터’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A. 제가 이전 회사를 16년 운영했으니까 오랜 시간 일을 하며 피로도가 굉장히 높은 상태였고, 당분간은 좀 쉴 생각으로 교토로 여행을 떠났어요. 바쁜 삶을 살 때 여행했던 이전의 교토는 조금 따분한 기억이었는데, 그때 제 심경이 그래서인지 굉장히 안정감 있고 차분한 느낌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때 묶었던 에이스 호텔(ACE HOTEL)의 전체적인 톤앤매너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여행과 휴식을 테마로 하는 스몰 브랜드를 만들어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다시 한 번 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Q. ‘프리터’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브랜드명에 대해 고민할 때 이름에 대해 영감을 받은 포인트나, ‘이 이름으로 해야겠다’라고 마음먹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들려주세요.
A. FRIDAY + SATURDAY의 합성어입니다. 일주일 중 기다려지는 요일이기도 하구요. FRITUR의 옷을 입고 힐링과 위안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FRI까지는 귀여운 느낌이 나다가 TUR가 더해지면서 중성적인 발음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Q. 브랜드를 준비하며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그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모든 게 다 어려웠어요. 제가 뚝딱 런칭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혼자서 0부터 다시 시작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정신적으로도 부담이 많이 됐어요. 처음에는 여유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고자 일단 1인 브랜드로 런칭했어요. 혼자서도 충분히 돌아 갈수 있게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어요. 판매를 한곳에 집중하고, 집에서 노트북 하나로 업무가 돌아갈 수 있게 시스템을 잡았습니다. 내부 직원 없이 외부의 전문가들과 일을 시작했어요. 덕분에 프리터는 3개월 만에 세상에 나왔습니다. 현재는 브랜드의 확장을 위해 믿음직한 4명의 팀원이 있는 상태입니다.
Q. 프리터가 추구하는 무드, 중점을 두는 제품은 무엇인가요?
A. 프리터는 젠더리스 캐주얼 브랜드입니다. 여자가 남자 옷을 멋스럽게 입은 느낌을 상상하며 컬렉션을 구상해요. 그리고 시즌 리스인데요. 변덕스러운 날씨와 평균기온 상승으로 이제는 본인이 원하고, 스타일링만 잘하면 사계절 프리터를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자 디텍터가 만드는 남자옷, 보이시한 옷에 빈티지하고 로맨틱한 반전 디테일이 매력적인 브랜드입니다.
Q. 프리터가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 된 점, 절대 타협하지 않는 브랜드의 신념은 무엇인가요?
A. 원하는 디테일을 위해서는 가격과 타협하지 않고 속이 꽉 찬 스몰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프리터에서만 볼 수 있는 디자인을 꾸준히 선보일 생각입니다. 올해 신상품이 나왔다면 지난 시즌 제품과도 어울리도록 디자인을 이어갈 겁니다.
Q. 원단, 디자인, 색감, 촉감, 부자재, 가격, 완성도 등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장 우선으로 생각해요. 이 디자인이 프리터스러운지, 이 디테일이 프리터스러운지, 계속 고민합니다. 사람들이 프리터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선명한 이미지가 있으면 좋겠어요. 현명한 소비자들의 구매결정의 바탕에는 프리터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고, 그건 원단, 디자인, 완성도, 가격 모든 게 기본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역대 베스트 상품 한 가지만 소개해주세요.
A. 교토자켓(The KYOTO Jacket) 입니다. 브랜드 런칭과 함께 출시한 제품입니다. 앞서 교토여행을 하면서 프리터를 기획했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그 정취를 담아 이름을 교토자켓이라고 지었습니다. 퀄리티 좋은 린넨에 섬세한 자수가 들어간 워크자켓입니다. 키, 고민시, 레드벨벳 슬기 최근에는 이효리 씨도 입으셨어요. 발매 하자마자 탑셀러에 올라가 현재도 프리터의 베스트 아이템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A. 프리터를 구매해주시는 고객 분들에 대해 알고 싶어요. 그 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고, 어떤 분들이 프리터를 좋아해주시는지 너무 궁금합니다. 반대로 프리터를 만들어가는 멤버들에 대한 소개도 하고 싶고요. 저희의 작업 과정을 소개하고, 고객들을 만날 수 있는 접점이나 기회를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지난 16년간 세 브랜드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다시 스몰 브랜드 프리터로 도전하는 서보람 디렉터. 자본도, 광고도 아닌 진심으로 자신의 열정과 감각, 노력을 담아 고객들에게 진지하되 흥미롭게 다가가는 것이 성공의 진리라는 것을 직접 증명한 서보람 디렉터의 프리터가 더욱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