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인정받은 자랑스러운 전통 한복 브랜드
이선우 서울쇼룸 대표
파리패션위크는 유럽의 명품브랜드를 비롯해 세계에서 내로라 패션브랜드들의 경연장입니다. 수많은 브랜드와 디자이너가 패션쇼, 쇼룸, 전시회에서 글로벌 바이어와 미디어의 주목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리죠. 필자가 운영하는 서울쇼룸은 수년전부터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세일즈랩으로서 파리 트라노이 전시회와 현지 쇼룸에서의 세일즈를 진행해왔습니다.
오랜 세일즈의 노하우가 쌓였지만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국내 브랜드와 디자이너를 찾는 것은 사실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지난 9월말 파리패션위크 기간 동안 열린 트라노이 전시회의 참가 브랜드 구성에도 참 고민이 많았었죠. 가장 고민스런 부분은 한국의 전통 한복브랜드인 ‘분우리옷’의 전시회에 대한 도전이었습니다.
물론 한복의 우수성과 한류에 영향력으로 인한 관심은 의심할 바가 없었지만, 문화적 영향력과 바이어들의 평가는 다른 부분이니까요. 하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복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 궁금했고 현지에서 그 반응을 보고 싶어 이번 전시회에 ‘분우리옷’과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분우리옷은 백주원, 백주희 자매가 이끌어가는 부산 베이스의 전통 한복 브랜드입니다. 어떻게 자매가 한복에 빠져들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분우리옷’ 파리전시회
두 자매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운영하는 한복 원단 도소매 매장을 보고 자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업과 회계에 관심이 많았던 언니(백주원)는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그림과 창작을 좋아했던 동생(백주희)은 언니와는 전혀 다른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매장을 운영하시면서 자매에게 사업을 가업으로 이어 가길 원하셨고, 이것이 각자 다른 진로를 향해 가고 있어 접점이 전혀 없을 줄 알았던 자매에게 ‘한복’이라는 공통분모가 된 것이었죠.
다행히(?) 자매 사이가 너무 좋아 각자의 친구들과도 잘 지내왔고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면 서로 의지할 수 있을 것 같아 뛰어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엔 사업에 대한 큰 포부나 열정보다는 가업이기 때문에 이 일은 ‘해야하는 것’이라고 관성처럼 느꼈는데, 그때도 둘 다 영 욕심이 없던 건 아니었는지 조금만 키워보자라는 마음이 한편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죠.
직원들을 추가로 채용하고 오더 수량이 늘어나게 되면서 사업의 규모가 커졌고 언니는 한복 원단 제조, 공장 관리 파트를, 동생은 한복 디자인 파트를 각각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이때가 2011년, 디자인 한복을 제조하여 샵에 공급하는 BtoB 브랜드인 ‘분우리옷’을 런칭한 해였습니다.
한복을 디자인, 제작해서 납품하는 프로모션 업체로 수년을 이어가던 중 이제는 브랜드 자체를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시회와 패션쇼 등 표현의 기회가 주어지면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고 무조건 참여했었던 것이죠.
‘분우리옷’
안정을 추구하는 성격의 언니는 무리한 투자 없이 기존에 이어오던 오프라인 세일즈를 강조했고, 도전을 선호하는 동생은 지금 당장의 수익은 없지만 새로운 방향에 대한 투자를 주장하면서 트러블이 생기기도 했지만 매번 져주면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착한 언니 덕분에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이든 함께 한다면 못할 게 없다는 자신감으로 동생은 한복과 관련 없는 프리마켓같은 것도 덜컥 신청해서 언니와 함께 길에서 장사도 많이 했습니다. 대중은 독특한 것보다 무난한 것을 선호한다는 것은 일상복이나 한복이나 비슷했습니다. 누구나 입는 옷,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는 스타일 외에 또 다른 시장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독특해서 아무나 안 입는 옷, 일상적이지 않은 옷. 이것을 한복에 대입한 도전을 또 시작한 것이죠.
워크 홀릭인 자매는 일주일 이상 여행을 가본 적도, 함께 해외여행을 가본 적도 없었다고 합니다. 트라노이 파리에 참여한 시기 역시 한복의 가장 성수기였기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많은 리스크를 감내하고 파리로 향한 데에는 ‘일주일 이상의 여행’, ‘함께 하는 해외여행’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 대한 매력을 뿌리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수주까지 받는다면 금상첨화라는 마음으로 모든 욕심은 한국에 내려놓고 현지에 도착했는데 행사 이튿날 수주를 받게 되어서 자매의 여행은 파리 도착 첫날 했던 단체 시티 투어가 마지막이 되었다고 합니다.
파리에서의 경험으로 작은 스타트이지만 희망을 갖게 되었고 독특해서 아무나 안 입는 옷, 특별한 날 입는 옷, 한복을 기반으로 하는 여성 하이패션으로 해외 시장에 자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한복을 가업으로 받아들인 날처럼 작은 욕심부터 하나하나 이뤄갈 목표를 다시 세웠다고 합니다.
자매는 “이때까지 해왔던 것처럼 둘이 함께 라면 못할 것이 없고, 그렇게 쌓아가다보면 우리의 마일리지도 ‘진짜 여행’을 위해 쌓여있지 않을까요?”라며 파리 트라노이 전시회를 마치며 소감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분우리옷’ 파리모델 컷
필자도 파리 전시회 현장에서 두 자매와 함께 세일즈를 진행하며 느낀 점이 참 많습니다. 시차적응부터 여독 때문에 피곤했을텐데, 두 자매는 전시회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4일 동안 전시장에서 한 번도 자리에 앉지 않고 적극적으로 바이어와 관람객을 맞이했습니다.
관심을 보이는 분들에게 직접 한복을 입혀주고, 작은 피드백도 들어보려는 노력에 저도 참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무리 컬렉션이 좋아도 이런 적극적인 모습이 없다면 바이어는 외면하기 마련입니다. 하나가 아닌 둘이라서 더욱 시너지가 나고, 경쟁상대가 없는 한복이라서 더욱 주목을 끌 수 있다는 것을 두 자매가 증명한 것이죠.
분우리옷 두 자매의 도전은 내년 3월 일본 도쿄로 이어집니다. 2025년 3월 18일부터 19일까지 개최되는 ‘트라노이 도쿄’ 전시회의 참가를 일찍 결정하고 벌써부터 두 자매는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우리 것이 제일 좋은 것임’을 우리만 떠들고 우리끼리 자부하는 것이 아닌, 적극적이고 즐겁게 알리고 증명해내는 ‘분우리옷’ 프랑스 파리에 이어 일본 도쿄에서의 도전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