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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 공략 나선 ‘K-패션’

“내수 시장은 좁다”… 해외로 영토 확장
박우혁 기자  뉴스종합 2024.04.29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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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패션 업체와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K-패션의 글로벌화를 외치며 좁은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기간 하늘 길과 바닷길이 막히면서 주춤했던 해외 시장 공략이 엔데믹 시대 접어들면서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운영하는 국내 섬유의류 생산 활성화를 위한 종합 무역거래 지원 시스템 ‘코리아텍스타일(www.koreatextile.org)에 등록된 해외 진출 패션브랜드기업은 2022년 6월 기준 100여개에 이른다. 패션 대기업을 비롯해 중소 의류제조 기업, 디자이너 브랜드 등 다양한 복종과 기업들이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진출 시기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진출 지역은 중국이 많고, 온·오프라인을 동시에 공략하는 업체들이 많았다. 시간이 흐른 만큼 해외 진출 브랜드기업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랜드·F&F, 해외 매출 1조원대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패션 업체 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이랜드와 F&F다. 두 업체 모두 중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며 해외에서 연간 1조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는 1992년 생산시설로 중국에 진출한 이후 현재 ‘이랜드’, ‘스코필드’, ‘스파오’, ‘후아유’, ‘뉴발란스’, ‘키디키디’ 등 20여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중국사업부의 연매출은 1조원을 넘고 있으며, 중국 전역에서 30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지주사이자 패션사업을 영위하는 이랜드월드가 ‘한중 브랜드 통합’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며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F&F의 ‘MLB’는 지난 2022년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소비자 판매액 1조2천억 원을 넘어서면 화제가 됐다. 국내 패션 기업이 단일 브랜드로 해외 판매액 1조원을 넘은 것은 MLB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MLB는 2020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작년 말 기준 11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외 아시아 시장에서도 시장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2018년 홍콩, 마카오, 대만 및 태국 진출을 시작했으며, 현재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폴, 필리핀,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F&F의 지난해 총 매출액 1조9784억 원 중 해외 매출은 8930억 원에 달하며, 올해는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LF, 삼성물산 패션부문, 한섬 등 패션 대기업들도 글로벌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풍부한 자금력과 고급 인력, 국내에서 쌓은 브랜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 볼 만한 판단에서다. 내수 시장이 한계에 달해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는 당위성도 있다.
코오롱FnC는 아웃도어 ‘코오롱스포츠’, 골프웨어 ‘왁’에 이어 패션잡화 ‘아카이브 앱크’로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코오롱스포츠는 2017년 중국 최대 스포츠웨어 기업인 안타그룹과 합작사를 설립, 중국에 진출한 이후 북경, 상해 등 주요 거점 도시의 백화점과 대형몰 등에 16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중국을 시작으로 북미 지역 진출 계획 등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LF는 ‘헤지스’, ‘마에스트로’, ‘던스트’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빈폴’과 ‘준지’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이고, 한섬은 ‘시스템·시스템옴므’에 이어 ‘타임’으로 패션의 본고장 유럽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라이선스·애슬레저, 해외 진출 활발

최근 국내 시장에서 급성장한 라이선스 브랜드와 애슬레저 브랜드들도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라이선스 브랜드인 ‘MLB’의 성공과 애슬레저룩의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해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네이쳐홀딩스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은 2019년 홍콩 침사추이에 직영 매장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대만 및 호주, 뉴질랜드에서 홀세일 영업과 함께 아시아권 사업을 확장했다. 지난해 9월 중국 난징에 1호 직영 매장을 오픈한 이후 총 6개 매장을 연이어 열며 중국 시장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해외 매출은 약 223억 원으로 전년 대비 245,7%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하이라이트브랜즈 ‘코닥어패럴’도 중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이 회사는 올해를 코닥어패럴의 해외 진출 원년으로 삼고, 첫 글로벌 행보를 중국으로 정했다. 이를 위해 최근 미국 코닥(KODAK) 본사로부터 중국을 포함한 홍콩, 마카오 등 중화권에서의 사업 운영권을 획득했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의 ‘젝시믹스’는 지난 2017년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 이후 현재 일본, 중국, 대만에 법인을 두고 B2B, B2C 포함 총 55개국에 진출해 있다. 일본의 경우 법인 설립 이후 장단기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뒤 지난 15일 일본 오사카 다이마루 백화점 우메다점에 처음으로 정식 매장을 오픈했고, 조만간 2호점을 열 예정이다. 중국도 상해 팝업을 시작으로 지난해 YY스포츠와의 총판계약을 통해 올해 상반기 내 매장 오픈을 계획 중이다.
안다르의 ‘안다르’도 해외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에 글로벌 1호 매장을 오픈한 데 이어 일본에도 현지 물류 구축 및 오프라인 매장을 준비 중이다. 뮬라의 ‘뮬라웨어’는 일본 도쿄에 단독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유럽과 미주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스트리트·디자이너 브랜드도 글로벌화

스트리트 브랜드 중에서는 스튜어트의 ‘앤더슨벨’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앤더슨벨은 지난 2014년 론칭한 이후 2016년 미국 뉴욕 대형 백화점 바니스 뉴욕을 시작으로 150여 개 해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국내 패션 브랜드 중 유일하게 유명 명품 브랜드들과 메인 시간대에 런웨이를 진행할 정도로 해외에서 더 인정받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급성장한 하고하우스의 ‘마뗑킴’도 최근 일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에서 일주일간 7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마뗑킴은 올해 일본 팝업스토어를 본격적으로 전개하며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다져 나간다는 방침이다.
패션 플랫폼 업체는 스트리트 브랜드와 디자이너 브랜드의 해외 진출에 좋은 창구가 되고 있다. 무신사는 글로벌 스토어와 B2B 쇼룸 등을 통해 국내 중소 규모 디자이너 브랜드의 일본 판로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일본 도쿄에서 첫 번째 팝업 스토어를 열고 24개 국내 브랜드를 소개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오사카 한큐 백화점 우메다 본점에서 팝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에는 각각 SS, FW 시즌 쇼룸을 운영하며 현지 바이어를 대상으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소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무신사는 현재 웹과 모바일 앱을 통해 ‘글로니’, ‘디스이즈네버댓’, ‘로우클래식’, ‘스탠드오일’, ‘타입서비스’ 등을 비롯한 1500여 개의 K-패션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하이엔드 디자이너 브랜드 중에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준지’와 함께 쏠리드의 ‘우영미’, 송지오의 ‘송지오’가 K-패션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해외 진출 1세대인 이들 브랜드는 파리 패션위크에서 10년 넘게 컬렉션을 열고, 패션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K-패션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이들에 이어 이청청 디자이너의 ‘라이’, 박현 디자이너의 ‘므아므’, 강요한 디자이너의 ‘참스’ 등 젊고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이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K-패션에 대한 전 세계적으로 긍정적인 인식과 관심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크리에이티브 기반 디자이너 브랜드의 해외 진출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뉴욕 패션위크에서 국내 디자이너 연합패션쇼 ‘컨셉코리아’를 2010년부터 14년째 열고 있다. 컨셉코리아는 뉴욕 패션위크 공식 프로그램으로, 국내 유망 패션디자이너 브랜드의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패션위크를 국내 패션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고 해외 시장 진출을 돕는 글로벌 패션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이탈리아 국립패션협회와 K-패션 브랜드의 성공적인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을 골자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바탕으로 서울시와 이탈리아 국립패션협회는 유럽 시장에 경쟁력 있는 K-패션 브랜드를 선정해 오는 9월과 내년 2월 밀라노 패션위크에 성공적으로 데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인지도 제고와 철저한 현지화 중요

이처럼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국내 업체와 디자이너들이 늘고 있는 것은 K-팝, K-콘텐츠 등 한류 열풍이 불며 해외에서 한국 패션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 및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신사 관계자는 “한국의 아티스트, 콘텐츠를 비롯해 한국 문화 전반에 관심이 증가하며 자연스럽게 한국 패션과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한국 고객의 선호도가 높은 스탠드오일, 시엔느 등과 같은 브랜드는 일본 소비자에게도 인기가 높다”며 “한국의 중소 규모 디자이너 브랜드의 질적 성장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한국 패션이라고 하면 ‘가성비’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으나, 현재는 한국적인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도 뚜렷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돋보이는 브랜드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K-패션의 글로벌화를 위해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높다. 한국과는 다른 문화와 소비 패턴으로 국내에서 거둔 성공 방적식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가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현지화에 실패 후 조용히 철수하는 업체들도 많이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해외 소비시장이 한국 문화 전반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실질적인 구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소비자의 관심을 구매까지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처음 진출하는 브랜드의 경우 인지도 확보를 위해 소비자가 브랜드 헤리티지를 고스란히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브랜드 경험(BX)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 활용과 전략적인 마케팅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더네이쳐홀딩스 관계자는 “해외 시장 개척의 어려움은 한국과는 다른 문화와 소비 패턴으로,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소비 성향과 트렌드를 파악해 이에 맞는 MD를 개발하고 선보여야 한다”며 “빠른 사업 확장 보다는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주요 핵심 프리미엄 상권에 체계적인 계획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좋은 결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지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유통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국내에서 성공한 사업 역량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현지 맞춤형 사업 전략을 펼치면 안정적으로 해외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우혁 기자(hyouk@kfashi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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