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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도매상권의 위기 원인과 대응 방안

사드, 코로나, 불황… 악재 겹치며 ‘사면초가’ 빠져
박우혁 기자  뉴스종합 2025.06.1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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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패션산업 집적지인 동대문패션타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도매상권이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 하고 있다. 동대문 도매상권은 2016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으로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고,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로 내수 고객마저 뜸해지면서 수년 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경기침체와 소비자들의 온라인 구매 확대로 오프라인 기반의 동대문 도매상권은 존립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동대문패션타운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도매상권이 현재 직면한 위기의 원인과 대응 방안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경기침체, 지방 경제 쇠퇴, C-커머스 공습


동대문 밤 도매상권 모습

경제적인 측면에서 도매상권의 위기 원인은 △저출산, 고령화, 인구 감소로 인한 구매력 급감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로 인한 국내 경기침체 △지방 경제 쇠퇴와 수도권 집중 현상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급상승 △온라인 유통 확산에 따른 오프라인 유통 위축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C-커머스 국내 진출 가속화 △생산 인구 고령화로 인한 제조공장 기반 붕괴 △중국산 원부자재 범람으로 인한 중국 의존도 심화 등을 들 수 있다.
이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국내 경기침체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코로나 이후 최근 5년간(2020년~2024년) 소비변화를 품목별로 분석한 결과, 일부 품목들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소비지출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류·신발은 2019년 대비 소비지출이 18% 감소하는 등 회복이 가장 더딘 것으로 조사됐다
도매상권 매출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지방 경제가 쇠퇴하고 있는 것도 악재다. BC카드가 지역별 카드 매출 비중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체 카드 매출액의 45.2%가 서울에서 나왔다. 경기도가 21.1%를 차지해 서울과 경기에만 전국 카드 매출의 66.3%가 몰렸다. 인천(3.7%)까지 포함하면 수도권 비중이 70%에 달한다. 인구와 일자리가 모두 수도권으로 몰리다 보니 소비도 그만큼 집중된 것이다.
내수 침체까지 겹치며 지역 경제는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소상공인 경기 지표인 서비스업생산지수를 시도별로 비교하면 2020년을 100으로 했을 때 지난해 인천이 126으로 가장 높았고, 서울(123.3)이 광역자치단체 중 두 번째였다. 수도권 서비스업생산지수는 2020년 이후 매년 상승세다. 전년보다 지수가 하락한 세종(-3.1), 경남(-2.7), 경북(-1.1), 전북(-1.1), 충남(-1.1), 전남(-0.8), 충북(-0.5), 강원(-0.5) 등 비수도권과 대비된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C-커머스가 국내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도 도매상권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초저가와 다양한 디자인,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국내 패스트 패션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도매상인 상당수가 C-커머스의 생산처인 광저우에서 의류를 사입해 판매하고 있어 구매자들의 가격 저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상가 공실률 증가… 공급 과잉도 문제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도매상가 공실률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장사를 접는 퇴점 상인은 늘어나는데, 장사를 해 보겠다는 입점 상인은 없는 것이다. 코로나19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기 상가는 입점을 원하는 상인들이 줄을 섰으나 이제는 상가에서 임대료를 내리면서 입점 상인들을 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실률도 일부 상가를 제외하고 일찌감치 두 자릿수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동대문 상권의 평균 공실률(중·대형 상가 기준)은 지난해 말 기준 14.87%로 서울 평균(8.85%)을 훌쩍 뛰어넘는다. 서울 내 다른 상권과 비교해도 공실률이 높다. 인근 을지로 상권(5.52%)은 물론 강남(8.74%)과 영등포(9.17%)보다도 높다.
문제는 이처럼 공실이 증가해도 용도 변경이 어려워 상가 구조조정이 힘들다는 것이다. 현재 동대문패션타운 내 대부분의 상가는 수많은 구분소유자로 이뤄진 집합건물로, 집합건물에 의한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 판매시설 외 타 용도로 변경이 불가능하다.
상가와 점포 수 공급 과잉도 문제다. 동대문 도매상가는 20여 개로, 대부분 전성기인 2000년대 후반 건립됐다. 점포 수는 공실을 제외하고도 1만여 개가 넘는다. 이들 대부분의 점포가 의류 매장으로, 국내 시장 만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기에는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온라인 거래 활성화로 판매 점포의 효용 가치는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공실률이 증가하면서 각 상가별로 상인 유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각 상가 앞에는 임대문의 플랜카드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고, 일부 상가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권리금은 물론 보증금과 월세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는 결국 구분소유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고, 관리비 미납이 늘면서 관리회사 운영에도 심각한 애로사항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대문 도매상가는 집합 건물에서 일정 규모별로 구분 등기로 이루어진 구분 상가로, 공실이 장기화되면서 지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고, 경매로 넘어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용도 변경이 어렵고, 구분소유자들이 많아 관리회사들이 현 실정에 맞게 상가 운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상인들 매출 감소 속 운영 비용 증가


동대문 낮 도매상권 모습

상가 점포를 임대해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장기간 경기침체로 매출이 급감한 반면 원부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 등 운영 비용이 증가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상인들의 매출 감소는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근 2~3년간 더욱 심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23년 정부의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선언 이후 오히려 코로나 기간보다 매출이 줄어들었다는 상인들이 많다, 코로나 기간에는 매장에 나오지 않을 뿐 온라인으로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졌으나 지금은 극심한 불황으로 인해 구매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원부자재와 임가공비,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한 반면 이를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을 못 해 채산성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 A상가 한 상인은 “코로나 기간에는 온라인 매출이 활발히 이루어져 견딜 만 했으나 지금은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 거래도 거의 없는 상태”라며 “판매사원은 구하기도 어렵지만 급여도 월 300만 원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지금 매출로는 감당이 안 돼 혼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상인들의 위기는 매출 감소뿐만 아니라 코로나 시절 받은 대출 상환 등으로 자금 압박이 심해지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여기에 젊은 상인들의 경우 워라밸(work-life balance ·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면서 밤샘 영업보다 주간 영업을 선호하고 있고, 온라인 활성화로 방문 고객이 급감해 상가 개장 시간 대비 실제 영업시간이 줄어들면서 비효율적인 경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체 디자인 및 생산보다 중국에서 의류를 수입해 판매하는 상인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최근 중국 제품의 디자인과 품질이 상승해 경쟁력이 좋아지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결국 동대문이 중국 제품의 판매처로 전락하고, 동대문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봄가을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면서 판매 기간이 단축된 것도 매출 감소 원인 중 하나다. 한 상인은 “간절기가 사라지면서 도매 영업 기간이 1년에 6개월 밖에 안 된다”며 “마진이 좋은 겨울옷보다 가격이 저렴한 여름옷 판매 기간이 길어진 것도 영업에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점포 확대·타 품목 유치 필요


액세서리 전문매장 ‘미미라인’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동대문 도매상권이 지금의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상가 관계자와 상인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상생 차원의 임대 보증금, 월 임대료 인하 △단일 소형 점포에서 멀티 대형 점포로 확대 △공실 점포의 판매 공간 외 타 용도 활용 △의류 외 다른 관련 품목 유치 △신규 젊은 상인, 외국인 상인 입점 적극 유도 △온라인 플랫폼이 상가 공간을 이용하는 OTO(Online to Offline) 상생 방안 강구 △온라인 해외 판매 채널 연결 △도매 위주에서 도소매 병행 추진 △현행 영업시간과 휴무일 조정 △정부와 지자체의 상권 활성화 지원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단일 소형 점포에서 멀티 대형 점포로 확대와 판매 공간 외 타 용도 활용은 늘어나는 공실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일부 상가에서는 멀티 대형 점포를 유치하고, 빈 매장을 활용해 라이브커머스를 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의류 외 다른 관련 품목 유치는 트렌드 변화를 읽고, 의류의 공급 과잉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액세서리 & 주얼리 상가인 뉴뉴와 미미라인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뉴뉴와 미미라인은 의류 도매상가가 밀집해 있는 동대문 상권에 액세서리와 주얼리로 승부를 걸어 MZ세대와 해외 쇼핑객이 즐겨 찾는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이들 상가의 성공 요인은 품목 선정에도 있지만 넓은 쇼핑 공간과 다양한 상품 구성과 저렴한 가격, 판매사원들의 친절한 접객, SNS를 활용한 국내외 마케팅 등의 효과도 컸다. 젊은 상인과 외국인 상인 유치는 노후 이미지의 상권을 활기차고 젊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외국인 상인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OTO 상생 방안 강구와 온라인 해외 판매 채널 연결은 동대문의 온오프라인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묘안이 될 수도 있다. 동대문 도소매 플랫폼과 상생 협약을 맺어 도매상가의 빈 매장을 활용해 온라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해외 시장 공략도 가능할 수 있다.
도소매 병행 판매는 약화된 도매 기능의 새로운 탈출구가 될 수 있다. 이미 일부 업체들이 도매뿐 아니라 소매 판매를 위해 브랜드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제약과 한계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를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브랜딩과 판로 확대에 나선다면 침체되어 있는 동대문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영업시간 변경·통일 재논의 시급


도매상가 apM 앞에 고객들이 몰려 있다.

영업시간 변경과 통일은 쉽지 않은 문제지만 동대문 상권 패러다임과 이미지를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현재 상가별로 영업시간이 다른 것은 순차적으로 건물이 들어서면서 차별화 정책의 일환으로 기존 상가와 오픈시간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특히, 새벽 영업시간은 과거 지방의 소매상인들이 관광버스를 대절해 옷을 구매해 가던 시절에 굳어진 것으로, 지금처럼 온라인 구매가 활성화되고, 종업원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영업시간 변경은 그 동안 몇 차례 논의가 있었지만 상가별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제반 여건이 맞지 않아 실행에 옮기지 못 했다. 가장 최근에는 apM그룹이 지난 2022년 2월 영업시간을 2월 28일부터 오전 9시~오후 6시로 변경한다고 공고했다가 상인들의 반대에 부딪혀 보류했다.
당시 apM은 영업시간 변경이유에 대해 △도매 거래선의 변경(IT 및 SNS의 발전으로 주간 거래의 당위성이 생겼음) △스태프 구인의 애로사항 △제조업종으로서 주간에 실시간 원단체크 및 생산공장과 소통할 수 있음 △삶의 질의 개선과 육아 및 교육의 문제점 해결 △중국시장 역시 주간 영업으로서 실시간 주문 가능 등을 들었다.
하지만 전격적으로 시행하려고 했던 영업시간 변경은 오미크론 확산이라는 표면적인 이유와 함께 물류업체와 사입 에이전시, 현 영업시간을 주장하는 일부 상인들의 반발로 잠정 연기됐다.
일각에서는 apM그룹이 실시하려고 했던 영업시간은 도매상권의 특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수많은 물건을 싣고 날라야 할 물류 및 주차 문제와 기존의 도매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후 2시에 오픈해 밤 12시에 문을 닫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다. 그럴 경우 낮 시간에는 소매 판매를 하고, 밤에는 도매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매상가 한 관계자는 “온라인 활성화, 최저 임금 인상, 워라밸 등으로 인해 새벽에 손님도 없는데다 종업원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밤 장사를 고집하는 것은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된다”며 “현재 동대문 도매상권의 위기 원인은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만큼 상권 차원에서 영업시간을 변경하고 통일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우혁 기자(hyouk@kfashi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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