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다음 챕터, 일상에 파고든 AI 전성시대
패션산업 AI는 선택 아닌 필수다
송영경 기자
뉴스종합
2019.06.05 10:12

국내 패션 산업을 이야기할 때 유행처럼 한시기를 지배하는 패션 용어들이 있다. ‘열풍’이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달려있던 ‘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가 그랬고, ‘아웃도어(Outdoor)’가 그랬다. 트렌드 리더 혹은 패션 전문 매체가 선창한 후 대중에게 익숙한 용어로 자리하기까지 3년 정도의 주기로 뜨고 지는 단어들. 지금은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이다.
세계경제포럼은 2016년 1월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제시하면서 ‘디지털 혁명에 기반 하여 물리적 공간, 디지털적 공간 및 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융합의 시대’로 정의했다. 이보다 앞서 2010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제조업과 정보통신의 융합’을 뜻하는 의미로 최초 사용됐다는 사실에서도 짐작되듯 패션산업은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맞물려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패션산업과 밀접
빅데이터(big data)를 활용한 마케팅,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3D(Three Dimensions)프린터 등 4차 산업혁명의 산물들은 모바일, 가전, 의료, 교육, 서비스업 등에 폭넓게 적용되며 우리 생활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트쿠튀르(Haute couture)’가 상징하듯 정통의 방식을 이어오던 세계 4대 컬렉션의 런웨이에서도 가상퍼팅,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한 퍼포먼스가 등장해 패션과 4차 산업혁명의 접점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4차 산업혁명의 패션 적용 IT(In formation Technology)의 최상위는 인공지능, 즉 AI(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대두된 이후, 수집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큐레이션(curation) 서비스가 제공되거나 빅데이터를 학습한 AI가 다양한 사례로 활용되며 진화하고 있는 것.
패션 디자인 최초의 AI 적용 사례이자 성공사례는 널리 알려진 대로 미국의 스티치픽스(Stitch Fix)이다. 패션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스티치픽스의 방식은 이렇다.스티치픽스는 수년간 누적된 고객 정보를 활용해 정교한 패션 디자인 러닝머신 알고리즘을 개발해 냈고 마침내 “퍼스널 스타일링 포 에브리바디(Personal Styling for Everybody)”를 외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2.7백만 명에 달하는 유효고객을 확보하고 매출 1.5조원을 돌파한 스티치픽스는 남성과 키즈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
패션 AI의 대명사 ‘스티치픽스’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Amazon)’은 오랜 숙원 산업인 패션산업의 성공적 진입을 위해 패션디자이너를 AI로 대체하려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차세대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주목받는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생성적 적대 신경망)이 활용된다고 일려져 있다. 생성적 적대 신경망이란 두 신경망 모델의 경쟁을 통해 학습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이라 할 수 있다.
아마존은 또 지난 1월에는 ‘스마트미러(Smart mirror)’ 특허를 취득했다. 거울과 카메라, 조명 등을 활용해 다양한 실내외 실사를 배경으로 사용자가 의류를 착용한 모습을 볼 수 있는, AI와 AR이 결합된 시스템이다. 글로벌 SPA ‘에이치앤앰(H&M)’은 온라인 전용 브랜드 ‘아이비레벨(Ivyrevel)’에 투자하여 개인 맞춤형 드레스를 디자인하는 인공 지능 앱 ‘코디드 쿠튀르(Coded Couture)’를 구글과 함께 공동 개발했다.
스마트폰에 IT기술을 접목해 사용자의 생활습관, 사는 곳의 기후, 방문하는 장소 등 라이프스타일을 기록하고, 이를 재해석한 데이터 드레스(Data Dress)를 디자인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드레스를 제작한다는 컨셉. ‘아이비레벨’은 2013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디지털 패션 기업으로, 테크닉 혁신을 통해 미래의 패션을 창조한다는 취지로 디지털 세대들에게 꼭 맞는 데이터 드레스를 가능하게 했다.
구글과 H&M, 개인 맞춤형 드레스 개발
일본 패션업계의 경우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상품기획, AI MD(Merchandiser)가 화제이다. 최근 패션업계, 특히 의류의 재고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고 기업의 입장에서도 재고 과다는 영업이익률의 악화로 이어지는 난제중 하나다. 인터넷과 SNS(Social Network Service) 등에 넘쳐나는 컬렉션 자료, 고객의 패션 사진, 고도의 영상, 화상 인식기술들, 빅데이터에 AI를 적용한 ‘데이터 인간 MD’를 활용하면 재고 소진률을 10%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김강화 인터보그인터내셔날 대표는 “AI MD가 지금 바로 차기년도 상품기획을 잘 할 수 있는가. 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당장은 아닐 수 있고 현재로는 신뢰도가 검증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기술 향상의 속도로 미루어 머지않아 AI가 제공하는 데이터의 도움으로 실무자(인간 MD)가 보다 적중률 높은 판단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4차 산업혁명과 패션의 융합
패션 전문기업 한섬의 자회사 현대 G&F(대표 조준행)의 영캐주얼 브랜드 ‘SJYP(스티브제이앤요니피)’는 벤처기업인 디자이노블(대표 신기영)과 손잡고 지난해 11월, 인공지능이 디자인한 옷을 국내 최초로 출시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국내에서 AI가 디자인한 옷이 시판된 최초의 사례로, ‘SJYP’의 시그니처 캐릭터인 공룡 캐릭터에 ‘디자이노블’의 패션 AI기술을 적용해 ‘디노후드티’를 출시하는데 성공한 것.
‘디노후드티’의 탄생 과정은 이렇다. ‘SJYP’에서 옷에 들어갈 기본 캐릭터와 컨셉을 제공하고, ‘디자이노블’의 스타일 AI는 33만장의 이미지를 통해 기성 브랜드인 ‘SJYP’의 컨셉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스스로 학습한다. 그렇게 나온 디자인을 계속 수정하고 디자이너가 원하는 방향에 맞게 알고리즘을 개발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AI가 디자인한 ‘디노후드티’에 대한 고객의 반응은 뜨거웠다. 화제성이 더해지며 오픈마켓에서 솔드아웃을 견인했다.
산자부, 4차 혁명 시대 유망 사업 지원책
인공지능, 가상현실,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을 활용하고 접목해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려는 노력은 정부와 기업 간에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지난 3월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성윤모)와 한국디자인진흥원(원장 윤주현)은 ‘2019 스타일테크 데이’를 개최했다. 스타일테크는 패션, 뷰티, 리빙과 같은 생활분야에 IT를 결합해 새로운 고객 경험을 창출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포괄하는 개념.
정부 관련 부처에서도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아이디어를 결합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유망 사업으로 분류하고 지원과 육성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하고 있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가 스타일테크 정책으로 내놓은 추진 과제는 시사하는 바가크다.
첫째,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협력해 동반 성장하는 모델을 만들어낸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대기업과 스타트업들을 연결하고 신사업 모델 개발에 필요한 초기자금과 전문가를 지원한다.
둘째, 스타일테크 기업 간 소통과 교류를 위한 플레이 그라운드를 조성한다. 올 상반기 내 스타일테크 기업 전용 공유 오피스를 구축하여 비즈니스 네트워킹, 교육, 컨설팅 등을 지원한다.
셋째, 디자이너, IT 개발자 등 핵심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인력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 적합한 인재를 찾아 매칭 시켜주고 일정기간 인건비를 보조해 업계 부담을 줄여준다.
마지막으로 ‘K스타일테크’로 제품 이미지를 부여해 세계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유망지역에서 한류융합상품전을 개최하고, 해외 진출에 필요한 제반 서비스를 기업들이 원하는 대로 선택해서 이용할 수 있는 수출 바우처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AI가 일상이 되는 가까운 미래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AI시대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력은 ‘무엇을 생각하든 그 이상’이 될 것이고 그 속도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다가올 것이다. ‘패션과 IT의 만남’은 2005년에도 있었다. 당시 제일모직 ‘구호(KUHO)’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삼성전자 ‘애니콜’ 블루블랙폰을 들고 런웨이에 등장하는 사건(?)이 첨단 이벤트였으며, 2016년에는 스마트워치를 필두로 헬스케어(Health Care) 역할을 하는 운동화, 근거리 무선 통신(NFC) 태그(tag)가 연결된 수트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s)가 봇물처럼 등장했다.
2017년 당시 ‘스티치픽스’의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가 성공을 거둔 배경에 2,800여 명의 스타일리스트와 60여 명의 인공지능 관련 과학자가 있었듯, 현재 AI는 인간과 함께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 단계로 보인다. 2019년의 소비자는 시간과 환경, 온라인, 오프라인에 구애받지 않는 서비스와 경험을 원한다. 패션기업 브랜드의 유형과 성격에 따라 이러한 소비자 욕구에 부합하는 패션IT, 패션AI가 적용된 플랫폼(platform)이나 시스템의 구축은 미래 패션 산업에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그리고 AI가 일상이 되는 미래는 생각보다 더 빠르게 우리 곁으로 다가서고 있다.
에이치앤앰, 코디드 쿠튀르, 데이터 드레스, AI MD, 디노후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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